신나게 부어라 마셔라 한 다음날입니다.
안 그래도 오징어인데 몸에서 수분이 쪽 빠져나가 말린 오징어가 되었습니다.
그래도 할 일은 해야지요.
피폐한 몸뚱이를 이끌고 강서구 마곡에서의 일정을 힘겹게 마친 저는 쌀쌀한 이 가을 날씨와 전날의 숙취를 달래 줄 따끈한 국물 요리를 짐승 같은 본능으로 찾기 시작합니다.
세상에는 여러 가지 해장푸드가 존재하지만
저는 무조건 냉면 아니면 쌀국수입니다.
그렇게 제 눈에 들어온 네 글자가 있었으니...
ㅂ ㅏ로
치앙마곡

치앙마이도 아니고 치앙마곡?????????????????!!!!!
지난 8월 제가 태국의 치앙마이에 다녀왔잖습니까? (지나친 게으름은 포스팅을 늦춥니다..)
아직까지 제 몸에는 치앙마이의 바이브가 어느 정도 실려있다 이 말입니다.
치앙 이라는 두 글자만 봐도 몸 한구석의 세포가 들썩이는 이 시점에 발견한 치앙마 곡????
저 네 글자가 운명처럼 저를 강하게 당기고 있습니다.
안 가볼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주차는 파인스퀘어 건물에 합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와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동물적 감각으로 건물 중앙 마당(?)으로 나가면 아니 나가기도 전에 이미 보입니다.
무엇이?

아담하고 귀여운 외관이 저를 반깁니다.
이곳 사장님은 치앙마이의 매력에 빠지신 분이 분명합니다.
상호명도 잘 지으셨습니다.
마곡에 있는 치앙마이!
치앙마곡!!


치앙마곡은 요일별로 런치 할인행사를 하는 메뉴가 있습니다.
오늘은 화요일 팟카파오무쌉!!!
치앙마이 여행에서 못 먹고 돌아와 내내 아쉬움이 남았던 음식인데 잘됐습니다.
손발이 척척 맞는 날입니다.

다섯 개의 테이블과 안쪽에 바 좌석을 두고 운영 중인 치앙마곡의 매장입니다.
점심시간을 넘긴 브레이크 타임을 앞둔 시간이라 손님이 없습니다.
조용하게 식사할 수 있어 좋습니다.

사진 속에 계신 분이 아마도 이곳 치앙마곡의 사장님인 것 같습니다.
여행사진으로 입구에서부터 우리를 반기시는 게 예사롭지 않습니다.


그 옆으로 자리한 키오스크를 통해 주문을 하고 결제를 합니다.
쌀국수 한 개와 이 날의 할인 메뉴인 팟카파오무쌉을 주문하였습니다.
매장에 들어오는 동시에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는 동선이 매우 간결하지만 저는 그냥 앉을 수 없습니다.
셀프바에서 고추피클과 양파피클, 소스등을 먹을 만큼 담아 옵니다.

셀프바 옆에 보이는 사장님의 여행 사진들을 보니 제 영혼 속 치앙마이 바운스가 움찔움찔합니다.
마음을 진정시키고 이제 자리에 앉아 주문한 음식을 기다려 봅니다.




테이블에는 피시소스 땅콩가루 고춧가루 설탕이 있고 메뉴에 맞게 취향껏 첨가할 수 있습니다.
이미 주문을 마쳤지만 책자로 된 메뉴판도 한번 봅니다.
제가 좋아하는 푸팟퐁커리가 없어 아쉽습니다.
태국 음식점에서 보았던 바닥이 평평한 숟가락을 여기서 보니 너무너무 반갑습니다.
사장님께서 치앙마곡에 상당한 애정을 담으신 게 느껴집니다.
ㄸㅏ란~

태국식 양지쌀국수입니다.
사진 속 주인공께서 직접 서빙을 해 주셔서 우리는 잠시 치앙마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사장님께서는 태국뿐만 아니라 여러 동남아 국가를 배낭여행으로 다녀오셨고 우리는 내년에 치앙마이에 다시 갈 계획이라고 말씀드리자 빠이도 추천해주셨습니다.
빠이는 치앙마이에서 가까운 지역으로 지난 여행에서 시간적인 이유로 아쉽게도 방문하지 못한 히피들의 성지라고 알려진 곳입니다.
여행은 언제나 아쉬운 법.
치앙마이는 말로 다 할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을 가진 도시입니다.
그래서 그곳에 다녀온 사람을 만나면 같은 감정을 느꼈을 거란 동질감에 마음이 따뜻해지고 말도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치앙마이 이야기로 한껏 들뜬 마음을 이어서 이제는 치앙마곡의 양지쌀국수를 맛볼 차례입니다.

치앙마이의 맛집 블루누들에서 먹었던 쌀국수가 생각납니다.
블루누들의 쌀국수는 토핑이 적고 심플했던 반면 치앙마곡의 태국식 쌀국수는 한국인의 정을 담아 토핑이 풍성하게 들어있습니다.


양지쌀국수에는 룩신무도 세알이나 들어있습니다.
고수의 맛을 아직 모르는 사람.
그 사람, 바로 나에요.
넣지 말아 달라는 말을 깜빡했는데 센스 있게 맨 위에 한줄기만 얹어 주셔서 가볍게 걷어내 줍니다


먼저 국물맛을 봅니다.
사장님과 수다를 떠는 사이 조금 식긴 했지만 그래도 깔끔하고 개운함을 감출 순 없습니다.
따끈한 고깃국물이 식도를 코팅해 줍니다.
전날 갈갈갈갈 마셔댄 샴페인으로 갈려나간 목구멍이 드디어 위안을 찾는 순간입니다.
피쉬볼인 줄 알았는데 룩신무 또는 룩신느아라고 하는 저 똥글뱅이는 돼지고기로 만든 태국식 미트볼입니다.
탱글한 식감에 씹으면 아주 담백합니다.

팟카파오무쌉도 나왔습니다.
태국어로 팟-볶다 카파오-타이바질 무-돼지고기 쌉-다지다 라는 뜻이며 한마디로 다진 돼지고기에 타이바질을 함께 볶아낸 요리입니다.
오이와 방울토마토 플레이팅이 매우 태국스럽습니다.



마찬가지로 고수는 패쓰!
다진 고기가 매우 고슬고슬 볶아졌습니다.
노른자를 터뜨려 밥을 한술 떠서 그 위에 팟카파오무쌉을 살포시 올려서 앙~
입안에서 다진 고기와 밥알이 구르며 짭조름한 간이 딱 알맞게 조화롭습니다.

매끈하게 잘 빠진 쌀국수면을 호로록해줍니다.
면발이 목젖을 탁 치고 지나갑니다.
아삭아삭 통통한 숙주와 양지고기의 두툼한 육질이 씹는 맛을 가미시킵니다.
쌀국수 한입 먹고

팟카파오무쌉 한입 먹고
쌀국수 한입 먹고
팟카파오무쌉 한입 먹고
먹다 보니 전날의 숙취가 빈 그릇만큼이나 깨끗하게 사라졌습니다.
이만하면 훌륭한 해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음에 또 방문할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팟타이와 분짜도 맛보고 싶습니다.
우연찮게 치앙마곡이라는 네 글자를 발견 한 순간부터 식사를 마치고 매장을 나서는 마지막까지, 제게는 이 모든 것이 치앙마이만큼이나 따듯하고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해장은 뭐다?????
쌀국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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